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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관인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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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인대도 (寬 너그러울 관,  仁 어질 인,  大큰 대,  度 법도 도)

위 사자성어의 뜻은 마음이 너그럽고 인자하며 도량이 큼을 뜻한다. 날로 삭막해져 가는,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현실 속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성어가 아닌가 싶다.

어느 날 직장에서 100여명이 함께한 공식적인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나는 지정된 회의장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회장이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회장의 옆자리에 위치하여 회의 진행을 돕는 참모였다.

그날 한 안건에 대해 회의를 하던 중에 내부 임원이 아닌 외부 한 임원이 회의안건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회장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파악하여 알고 있어야 하고 회의진행자인 회장이 즉시 답변할 수 있도록 그 관련 내용을 회장에게 support해야 하는 것이다.  그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하여 알고 있었지만 질문이 예상치 못한,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세미한 부분의 내용이었던 관계로 그 부분까지는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렇다고 대충 짐작되는 대로 답변을 드리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 순간 그저 눈 앞이 깜깜할 따름이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회장은 나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답변할 내용을 요구하고 있었다. 어찌할 수 없어서 회장에게 죄송합니다. 저도 저 내용까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라고 회장에게 속삭여 드렸고, 이에 회장은 회의참석자들에게 죄송하다며 회의를 10분만 정회하여 그 내용을 파악해서 답변드리겠노라며 정회를 선포했다. 그룹을 운영하고 총괄하는 회장으로서 많은 임원 및 관계자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나로서는 회장에게 면목이 서질 않아 그야말로 쥐멍이도 찾아 들고 싶은 심정이 되었고 회장실로 향하는 회장을 뒤따르는데 짐작되는 회장의 호통을 직면해야 할 일이 어쪄하겠는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회장실에 도착하여 회장이 자리에 앉으며 앞에 서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었다. 불벼락이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차마 회장의 눈을 바라보지도 못한 상태로 기어드는 목소리로 회장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나서 입술을 앙다물고 벼락이 떨어질 모진 그 순간을 견디어 낼 각오를 해야 하는 찰라였다. 그런데 회장 왈,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헌데, 평소에 스마트하고 용의주도하며 철저한 김 부장답지 않은 면도 있구만. 자, 빨리 그거 알아보게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질문의 답변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사무실로 내려가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엄하기로 유명한 회장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는데도, 역할을 다하지 못한 나를 혼내지 않고 오히려 감싸며 건넨 관대한 포용의 한 마디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물론 그 일로 나는 더욱 회사와 회장님께 충성을 다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아마 누구나 그 상황에서의 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릴 때면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하고 있고 그 일 이후로 나도 그런 관대한 멋진 사람이고자 아직도 높기만한 그 고지를 향 하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되신 회장님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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