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학아세 (曲 굽을 곡 學 배울 학 阿 언덕 아 世 인간 세)
이 고사성어는 《사기》의 유림열전(儒林列傳)에 나오는 말로서, 「학문(學問)을 굽히어 세상(世上)에 아첨(阿諂)한다.」는 뜻으로, 정도(正道)를 벗어난 학문(學問)으로 세상(世上) 사람에게 아첨(阿諂)함을 이르는 말이다.
원고(轅固)란 사람은 중국(中國) 한나라(漢--) 황제(皇帝)인 경제(景帝: BC 157~141) 때의 학자로서 《시경》에 능통한 박사(博士)였고, 성격이 강직해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겁내지 않고 해야 할 옳은 말은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었다. 원고의 그러한 입바른 소리가 어느 정도였는지 한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경제(景帝)의 어머니 두태후(竇太后)는 노자 숭배자였는데, 어느 날 두태후는 원고를 궁으로 불러들여 노자의 《노자》에 대해 듣고 싶다며 그 내용과 사상에 대해 강해를 부탁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유학자로서 노자를 싫어하였고 그에 따라 노자 신봉자들 또한 미워하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두태후(竇太后)라는 추상같은 권위 앞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런 것은 하인이나 종들 수준에서 하는 말에 불과하지 않습니다.」라며 《노자》를 서슴없이 폄하하는 말을 그대로 내뱉는 것이었다. 이에 성이 날대로 난 두태후는 원고를 그 즉시 가축 사육장으로 보내 그곳에서 돼지나 잡는 일을 수행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경제는 그가 유학자로서 할 말을 한 것임을 알기에 그를 위로하고 돼지잡는 일에 힘을 덜어줄 요량으로 원고에게 잘 드는 칼을 하나 보내주었고 그 덕분에 원고는 도축에 매우 서투른 초보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보내준 칼 덕분에 돼지 잡는 일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나중에 경제는 원고를 청렴 정직한 선비라 하여 그를 청하왕(淸河王)의 교육을 맡는 태부(太傅)에 임명했고, 원고는 그 태부자리에 오래도록 수행하다가 병이 나자 그 자리를 물러났다.
그러한 세월들이 흐르고 흘러 경제의 다음 황제인 무제(武帝: BC 177~87)가 즉위하자, 무제는 원고를 현량(賢良)으로 발탁하여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아첨을 일삼는 무리들은 원고의 입바른 소리가 두려워 그를 어떻게든지 조정에서 쫓아내려고 갖은 애를 썼는데, 워낙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원고인지라 꼬투리를 잡을만한 일이 없자 그들은 원고의 나이가 아흔이 넘은 점을 트집 잡아 황제에게 「원고는 이제 너무 늙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조정에서 그만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무리들 중에 공손홍(公孫弘)이란 자가 있었는데, 그는 소장(少壯) 학자(學者)로서 원고와 같이 등용(登用)된 자임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입바른 소리를 싫어해 원고를 가장 꺼려하며 깔보고 무시(無視)하기를 일삼았다. 그러나 원고는 개의(介意)치 않고 공손홍(公孫弘)에게 오히려 「지금은 학문(學問)의 정도(正道)가 어지러워져 속설(俗說)이 유행(流行)하여, 전통적(傳統的) 학문(學問)이 결국(結局)은 사설(邪說)로 인(因)하여 본연(本然)의 모습이 사라지고 말 것이네. 자네는 학문(學問)을 좋아하고 젊으니 선비로서 올바른 학문(學問)을 세상(世上)에 널리 펼쳐주기 바라네. 자신(自身)이 믿는 학설(學說)을 굽혀 이 세상(世上) 속물(俗物)들에게 아첨(阿諂)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네.」라는 충언의 말을 해주었다. 이 말을 들은 공손홍(公孫弘)은 고매(高邁)한 학식(學識)과 인격(人格)을 갖춘 원고생(轅固生)에게 지난 잘못을 사죄(謝罪)하고 제자(弟子)가 되었다고 한다.
'고사성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불급설 [ 駟不及舌 ] (0) | 2023.07.13 |
---|---|
성공자퇴 (3) | 2023.06.08 |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義自見] (0) | 2023.04.26 |
사면초가 (四面楚歌) (0) | 2023.04.22 |
미불유초 선극유종 (1) | 2023.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