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달걀 지고 성 밑으로 못가겠네!
이미 다 썩어서 달걀로서는 그 가치를 잃어버린 달걀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 성 밑을 통과해서 목적했던 목적지를 가야하는데, 성벽이 무너져 달걀이 깨질까 두려워 가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과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니,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걱정을 하고 두려워하며 정작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답답함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인 것이다.
우리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하는 속담이 있다.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혼동하거나, 본질적인 것 보다는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어떤 방해 요소때문에 본질을 잊어버리거나 소홀히 하여 일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나 그르치는 측면에서는 오늘 소개드리는 속담과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집에 간장, 된장 없는 집이 없다.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기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부식 양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 담그는 것에 대해 우리 조상들께서는 과할 정도로 정성을 들이고 의미를 부여하였던 것 같다.
장을 담글 때는 담그는 길일(吉日)과 꺼리는 날까지 구분하여 어느 날들은 택하고 어느 날들은 기피하였는데, 장 담그는 길일은 정묘일(丁卯日)일로 보고 신일(辛日)은 피하여, 정월 우수(雨水)와 시월 입동(立冬)에 장을 담았다.
그렇게 택일된 날에 된장을 담그고 난 뒤에는 항아리에 금줄을 두르는데, 왼새끼에 숯, 한지 쪽, 붉은 고추를 꽂아서 장독 입구 가장자리에 둘러서 감아두었다. 이는 된장독에 친 금줄에서 왼새끼와 흰색 한지는 장을 신성시한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불씨가 살아있는 숯을 장독 안에 집어넣기도 하며 붉은 고추와 대추도 함께 넣었는데, 이는 붉은 것은 부정을 물리치는 힘을 상징하고, 숯은 장을 정화하는 힘을 갖음을 상징한 것이다.
그리고 버선을 본 딴 버선본을 장독의 배 부근에 거꾸로 붙여두기도 했는데, 이는 장독 입구로 들어가는 불순한 요소와 잡된 벌레 등으로 인한 부정(不淨)을 발로 짓밟겠다는 강력한 주술적 의미인 것이다.
한편 된장을 담글 때 한지를 입에 물고 진행하는 금기(禁忌)와 같은 것이 있다. 이는 혹시라도 튀는 침을 막아서 된장을 탈 없이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또한, 한 집의 된장 맛을 그 집의 여타 일까지 연관지어(확대해서) 보려는 태도와 인식이 형성되고 전승되어 왔다. “장이 단 집에 복이 많다.”, “며느리가 잘 들어오면 장맛도 좋아진다.”, “되는 집안에는 장맛도 달다.”, “장 맛 보고 딸 준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흉한 일이 생긴다.”는 언표들이 그것이다. 이들 표현은 기본적으로 장맛을 가지고 그 집의 가풍, 인심, 흥망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여기는 가치관의 발로이다.
이런 정도로 된장은 우리 전통에서는 부식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담긴 소중한 생활의 일부요 삶의 문화 중에 하나였다.
이런 된장을 구더기 무서워 담그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에 그러한 사례는 이 민족 이 한반도라는 땅에서는 한 번도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었던 일이었다.
오늘 속담에 대해 이해를 돕기 위해 동의 속담을 언급하다보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없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그러함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어 추진해 나가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린 항상 “중요한 것이 무엇인디?”라는 본질을 통찰해나가는 습관을 갖는다면 본질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고 부수적인 것에 몰두하여 일을 그르치는 낭패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일에는 항상 방해되는 요소들이 있지 않겠는가. 그것을 극복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오늘 속담에 대한 의미를 느껴볼 수 있는 고전 한 대목을 살펴보자.
蔡萬植님의 그 유명한 장편소설 ‘濁流’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그렇지만 어머니? .... 저 거시기 조사나 잘 좀 해 보았수?」
「아, 이년아, 조사가 무슨 조사야?」
「그 사람이 부자요, 다아 양반이요. 그리구 어머니 말대루 전문 대학교를 졸업하구 그러구 또....」
「그년이 곤달걀 지구 성 밑에 못 가겠네!」
「하하하하... 그럼 언니가 곤달걀 푼수밖에 안 되나?」
「저년을 거져!... 아 이 계집애년아, 느이 아버지 하면 내면 다아 오죽 알아 서 할려구. 네년이 나서서 건방지게 쏘옥쏙 참견을 하려 들어?」
「네에, 다아 그러시다면야... 나두 다아 언닐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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