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義自見]

애돌 2023. 4. 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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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백편의자현

읽을 독, 글 서, 일백 백, 두루 편, 뜻 의, 스스로 자, 나타날 현

 

직역하면,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가 된다.'이다.

 

나라 동우(董遇)의 고사에 나오는 말로서 이 이야기는 삼국지·위서(왕숙전)의 위략(魏略)을 인용한 배송지(裵松之) ()에 나온다. 동우는 가난한 삶 속에서도 열심히 일도 하면서 공부(工夫)도 부지런히 하였는데 한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수불석권(手不釋卷)으로도 유명했을 정도로 공부에 열중했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실력은 날로 높아졌고 마침내 황문시랑(黃門侍郞: 군주의 측근에서 모시던 벼슬아치)이라는 높은 벼슬에 올라 헌제(獻帝: 중국 후한의 마지막 황제(재위 : 189~220. 영제의 아들. 동탁은 영제가 죽자 왕위에 앉은 소제를 쫓아내고 헌제를 황제로 삼았다. 그는 아무런 권력도 없는 채 환관과 군인들의 권력 싸움에 시달렸으며 나중에는 조조의 보호를 받기도 하였다. 뒤에 조조의 아들 조비에 의하여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났다)의 글공부의 상대가 되어 왔었는데, 한때는 승상이었던 조조의 의심을 받아 한직으로 쫓겨난 적도 있었지만 위()나라 명제(明帝) 때에는 시중(侍中), 대사농(大司農) 등의 벼슬에까지 올랐다. 그는 노자(老子)와 좌전(左傳)에 주()를 달았는데 특히, 좌전에 대한 그의 주석은 당나라 시대까지 폭넓게 읽혔다고 한다.

그렇게 동우의 명성이 높아지자 많은 사람들이 각처(各處)에서 동우(董遇)의 학덕(學德)을 흠모(欽慕)하여 글공부(-工夫)를 하겠다고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선뜻 가르침을 수락치 않고 人有從學者 遇不肯敎而云 必當先讀百遍 言讀書百遍其義自見반드시 먼저 책읽기를 백 번 해보라.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다"라며 스스로 반복된 독서를 할 수 있는 공부자세를 견지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동우에게 힘들게 사느라 책 읽을 겨를이 없다고 하자, 동우는 “(從學者云 苦渴無日. 遇言 當以三餘. 或問三餘之意. 遇言 冬者歲之餘 夜者日之餘 陰雨者時之餘也.)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다시 세 가지 여가라는 것이 어떤 때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겨울은 한 해의 여가이고 밤은 하루의 여가이고 내리는 비는 한때의 여가이다.”라고 대답했다.

후에 주자(朱子)도 훈학재규(訓學齋規)에서 동우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

書只貴讀. 讀多自然曉. 董遇云 讀書百遍義自見

책은 다만 읽는 것이 귀한 것이다. 많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동우도 독서백편의자현이라고 했 듯이.

 

학력고사 만점자들의 후기를 보면, ‘정독 10니 하는 식으로 다독을 공부 비법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법 공부를 하다보면 사례 적용에 있어서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가 정말 난해하여 법조문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읽고 생각하고 읽고 생각하고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법조문의 그 뜻과 사례 적용에 있어서 어떠한 변수가 더해지더라도 정확히 판단하게 되는 때가 옴을 자주 경험한다. 불과 20번 정도만 반복해도 스스로 그 뜻과 의미를 선명하게 이해하는 때가 오는 것이다. 영어회화도 문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의 문장일지라도 수없이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 말의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오고, 의식적으로 암기하려 하지 않아도 비슷한 상황에 접하게 되면 말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경험한다.

가장 우둔하고 비효율적인 방법 같기도 하지만 반복하여 읽으면 저절로 드러난다는 讀書百遍義自見이야말로 가장 지혜롭고 가장 효율적인 공부 비법이 아닌가 생각한다.